김재원 작가는 행위나 사건을 유추할 수 있는 특정 장소를 제시하거나 투약 및 바이러스 등 물리적인 대상을 연인관계로 치환시키는 사진,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퀴어와 질병 감염인으로서의 삶을 자기고백적 서사이자 타자와의 심리적인 관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뻗어있고 엉켜있는 것들›은 HIV 감염인으로서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행위와 감염인임을 공개하는 과정에서의 긴장감, 그리고 사회적 레이블링에 따른 불편한 감정을 ‘꿀꺽’하는 모습에 착안하여 영상으로 시각화한다. 일상에서 약을 삼키고 침을 삼키며 화를 삼키는 목넘김은 관계 안에서 정체성에 대한 피드백을 감내하는 상황이 압축된 것으로, 이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현상은 식물의 뿌리 모습과 오버랩된다. 취향이나 기호의 선택에 따라 입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가 아닌, 생존의 전략이자 개인의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한 또 다른 방식으로서 무언가를 삼키는 모습은 생존을 위해 물을 먹고 뿌리를 내어 살아가는 대상과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