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아티스트랩 2021

예술을 만드는 움직임

주민 대담

일시 2022년 11월 18일(금) 오후 7시 - 8시 30분
장소 금천엠타워 1304호
참석자 주민 김창범, 심섹슈라, 박현주, 오현애, 이승재, 이지연, 그리고 지상훈
진행 조재영 작가, 이경미 기획자, 조아영 코디네이터
이경미 일단 간단하게 돌아가면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박현주 저는 1977년부터 금천구에 살고 있습니다. 독산국민학교 1회 졸업생이고 지역에 대한 애정도가 되게 높아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일하는 지역의 변화는 쉽게 보고 오히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잠만 자게 되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어떤 곳인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또 내가 졸업한 학교를 내 자녀가 후배로 다니기도 하고, 지역에서 내가 받은 것이 있는데 나도 무언가 동네살이에 환원을 하고 기반을 갖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활동을 한지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다보니 동네를 구석구석 많이 다니고 하염없이 쌓인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기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기록이 아니어도 내 주관적인 정보를 사진으로 찍거나 SNS에 남기는 등의 작업에 관심이 많고 특히, 제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이승재 저는 회화나 설치미술, 시각예술 일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업사이클 아트를 하고 있고 관련 교육이나 전시도 해보고 싶어서 도전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지역에서 21년 정도 살았지만 일을 하면서 타지에서 활동하다보니 거주 기간에 비해 지역에 대한 연고나 이해도는 낮아서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자 이번 기회에 참여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습니다.
심섹슈라 저는 튀르키예에서 왔고 현재는 아이 3명을 키우고 있고 튀르키예 문화에 대해서 가끔 음식 수업도 합니다. 한국에 온지는 9년째인데 송파구에 2년 살다가 금천구로 이사한지는 7년 되었습니다. 시어머니가 시흥5동에서 살고 계셔서 금천구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이지연 저는 옆 동네인 광명에 오랜 기간 거주를 하다가 회사가 가산디지털단지라 금천구에서 현재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연고지가 없는 곳이지만 옆 동네가 고향이라 마음이 편합니다. 금천에는 6년 정도 거주하였습니다. ‘수상한 창고’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하였다가 제 또래의 분을 알게 되고 그분에게 추천을 받아 이번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환경 쪽에 관심이 많아서 제로웨이스트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금천에는 그런 활동이 없는 줄 알았는데 청년센터나 문화공간, 1인거주자를 위한 행사를 많이 하는 것을 알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김창범 제가 금천구 주민으로서는 막내일 것 같은데 이제 1년 반이 되었습니다. 저는 공연 연출 일을 하고 있는데 관악구에 연습실이 있고 양천구에 직장이 있어서 인근 금천구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집을 구하던 중에 마침 SH 주택에 당첨되어 금천구에 살게 되었습니다. 청년센터나 지원사업들을 통해 작게 연대들을 만들고자 노력하던 와중에 소식을 듣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일전에 왕십리에서 마술 퍼포먼스를 하다가 지금은 1인 공연으로 그림자극과 아동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현애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1986년경부터 금천에 정착하였습니다. 여기가 제 아이들의 고향이 되었고, 아이들을 위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바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지역이 박물관을 가기도 멀고 교육적인 내용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현재는 금천구의 문화, 지역, 역사, 자원 등의 소스를 찾아내고 그 찾아낸 것들을 주민,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전달을 할지 고민하며 책이나 투어 프로그램, 강좌 등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그러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위한 강사 양성과 프로그램 제안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예를 들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에 ‘마을교과서’를 만드는 일을 제안하여 금천구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였고 지금은 서울시 25개구 전역에서 해당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상훈 저는 관악구에서 살고 있고, 금천구의 ‘수상한 창고’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영상편집, 음향이나 곡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밴드를 했는데 멤버 분이 금천구에 연고가 있으셨습니다. 금천구마을활력소 ‘어울샘’에서 합주를 한 것을 인연으로 금천구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조재영 제가 느낄 때는 지역의 마을 활동, 문화예술 활동이 금천구만큼 활발한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금천구는 정부조직 주도의 프로그램 보다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그러한 활동을 진행하는 것 같은데 타 지역에 비해 금천구의 자치 활동이 활발한 것이 맞는지 우선 궁금하고,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박현주 내 아이의 고향이 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이유가 우선이죠. 문화예술 활동일수도 있지만 저희는 ‘마을공동체 활동’이라고 칭하는데 그 시작은 육아하는 엄마들이 불편한 부분들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생각한 것을 스스로 움직이고 실천할 사람이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각각 있다가 어느 순간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오현애 실질적인 불편함에서 오는 지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불편함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력을 가진 사람들이 단체,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어울려서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금천구가 국가 정책들의 시범사업 1번지예요. 주민자치 관련 여러 사업이나 정부시책들을 금천구에서 먼저 해보자는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조재영 몇 달 전에 고윤정 기획자님이 기획한 전시에 참여했었는데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하면서 어떤 분을 만났습니다. 그 선생님께서 금천구 관련 소개 PT를 해주셨는데 겉핥기식의 소개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시는 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정부조직이 우리의 삶을 바꿔주기를 바라는 식의 수동적인 자세였다면 우리의 삶은 우리가 바꾸겠다는 금천구 주민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행정이나 조직을 바꾸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지역의 거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모르는 것이 많고, 금천구 출퇴근 인구와 거주 인구는 확실히 느낌이 다를 텐데 정부조직이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바꿔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 옛날 방식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금천구는 이미 골목골목에서 변화를 실천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또 1, 2회 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성을 가진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오현애 네, 여러 단체들이 올해로 10년 차 정도 되어 갑니다.
박현주 금천구에서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지역에 대하여 속속들이 모를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 점에서 착안하여 여기 오현애 대표님을 필두로 학교 선생님들에게 지역에 관하여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였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에게 지역 단체들의 활동도 소개하고 마을 투어를 하면서 시작된 것이 지속되면서 학생들에게도 교육 자료가 되었습니다.
이경미 김창범 선생님은 1인 가구이자 금천구 뉴커머로서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가요? 전반적으로 불편한 점이나 좋은 점이 있을까요?
김창범 연고가 없어서 아쉬운 점은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같다는 느낌입니다. 출근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 모르지만 퇴근 후에 집에 돌아와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좋은 점은 제가 경기도 안산 토박이로 살다가 첫 자취로 서울에 올라와서 스스로 대견스럽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이경미 네, 심섹슈라님도 외국인으로서 금천구에 거주하시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특별한 점이 혹시 있으실까요?
심섹슈라 저는 벌써 금천구에 거주한지 7년 되어서 지역을 잘 알고 편해요. 특히,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보건소나 경찰소 등이 가까워서 살기 편합니다. 그렇지만 문화예술을 향유할 곳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는 점이 아쉽습니다. 아이들이 갈만한 곳을 검색해서 데리고 가는데 광명이나 안양까지 가야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구경하고 경험할만한 것들이 지역에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시흥동의 오래된 역사성이 신기합니다. 예를 들어, 시흥 5동 비석거리를 처음 보고 누군가의 무덤인줄 알았고 그 비석 때문에 길을 돌아가야 하는 것이 이상했는데 나중에 그것이 무덤이 아니라 기념비(시흥현령 선정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 역사를 알 수 있고 새롭게 배우는 것이 좋았습니다.
오현애 아이들과 함께 즐길 공간이 많지는 않고 특히, 상시적인 곳이 거의 없습니다. 단체나 행사나 시즌이 되었을 때 특정 장소에서 특정 기간 동안만 진행되죠. 금천예술공장의 오픈 스튜디오처럼. 서서울시립미술관이 개관하면 조금 나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금천구 시흥행궁 역사박물관이 7월에 개관했는데 거기 가면 금천구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조아영 복합문화공간인 ‘수상한 창고’에서 일하고 계시는 지상훈 선생님은 금천구 지역에서 따로 문화예술 경험을 하는 공간이 있으신가요?
지상훈 평소에 문화예술 경험을 하러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닙니다. 이 지역에서는 금나래아트홀 같은 곳에서 공연을 하는 건 아는데, 너무 ‘가족’ 중심이다 보니까 무료 공연이라 갈 법한데도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 편입니다.
이경미 지역문화예술 활동은 금천구가 활발한 것에 비해 전문 문화예술 기관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실제로 금천구가 타 지역에 비해 전문 예술인으로 등록된 인구가 적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예술가의 발굴도 문제고 그들의 작업을 보여줄 전문 공간도 부족한 부분을 이승재 선생님 같은 경우는 어떻게 타파하고 계실까요?
이승재 금천구에서는 실제로 전시를 할 기회가 많이 없어서 하남이나 성수, 마포, 합정 등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국가적 문화 기관에서 여러 가지 신진작가 프로그램이나 공모사업을 하지만 금천구는 해당하는 공간이 거의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조재영 사실 전문 전시 기관이라는 곳들이 대부분 물리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방금 질문은 금천구만의 고민이라기보다는 서울 외곽 지역의 공통적인 고민일 것 같습니다. 특정 지역에만 몰려 있던 전시 기관들이 퍼지고 있는 것은 맞아서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과 ‘범일운수종점Tiger1’이라는 두 개의 전문 전시 공간이 금천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술가들과 관객을 모을 수 있는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경미 네, 지난 번 좌담회에서 그분들도 말씀하시기를 꿋꿋하게 지키고자 있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또 질문이 있는데, 아까 금천구 지역을 구석구석 다니셨다고 해서 혹시 지역에 추천해주실 장소가 있을까요?
박현주 동네마다 특징이 있는 것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흥대로에 있는 노보텔호텔이 철거될 예정인데 그 동네에 제가 워낙 오래 살아서 동네 슈퍼마켓만 봐도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슈퍼에서 외국인들이 초코파이를 사고 김을 사고하는 변화가 재밌었는데, 그 모습을 보다보니 호텔을 조금만 벗어나면 조깅하기에 너무 좋은 산길이 있는데 외국인들은 알지 못해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택가를 조금만 지나가면 조깅하기 좋은 코스가 있고 또 가는 길과 오는 길이 겹치지 않게 짜서 지역을 구석구석 보면서 그 과정에서 소비도 일어날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여기는 풍경이 좋다는 식의 추천보다는 이런 스토리를 상상해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오현애 저는 한 가지 추천 드리고 싶은 곳이 있어요. 깨어 있는 주민들이 어떻게 실천하고 어떻게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를 볼 수 있는 모델로 ‘금화마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시흥대교 건너가면 독산동 한신아파트가 보이고 그 옆으로는 빌라들이 있는 주택단지 마을인데, 도로에서 생기는 먼지가 너무 많아서 주민들이 투쟁하고 예산을 받아내면서 끊임없이 노력하여 마을 가꾸어 갔습니다. 공기를 정화시키면서도 주민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금화수길을 조성하였습니다. 주민들이 생태, 환경의 문제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라 지금은 에너지생태 마을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보통 사업 초기에는 잘 운영되다가 나중에는 시들해지는데 금화마을은 지금도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꽃을 가꾸고 빗물을 모아서 공원에 물을 주거나 잘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주민의 합의와 발전을 이루고 있고, 경제적 자립을 위하여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제로웨이스트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기후, 환경의 문제에 주민들이 앞장서서 실천적으로 이뤄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조재영 주민들의 자립도가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씀 듣다보니 궁금한 것이 주민의 힘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지점이 생길 텐데 이런 활동들이 가능한 것은 결국 주민센터나 각 부처와의 관계를 주민들이 잘 꾸려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현주 대립할 때도 있지만 결국 그들에게도 주민들은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조재영 그럼 예를 들어, 구청장은 임기가 지나면 계속 바뀌는데 어떻게 자치 활동들이 유지가 되는 걸까요?
오현애 에너지, 생태, 기후, 환경 문제는 어느 정권에서나 다 이슈이기 때문에 지켜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결국은 우리 시대가 당면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타 컨텐츠에 비해 정권에 따른 굴곡이 적습니다.
박현주 지도층이 바뀌면 사실 왕성하게 활동하던 단체들이 타격을 많이 입기는 해요. 그런데 그것을 극복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성장하고 버티는 힘을 기르는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 드렸듯 모든 사업들의 샘플로 시범사업을 금천에서 많이 진행을 하는데 사실 그 시작은 공무원이 아니고 평상시에 필요성을 느꼈던 민간단체들이나 학부모들이 새로운 구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행정공무원들이 성과를 가져가지만 또 결과물로의 혜택은 지역의 아이들이 보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래서 막 친절하지도 않지만 특별히 적대적일 일도 없습니다. 이왕이면 서로 상생할 수 있으면 좋죠.
조재영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또래 분들을 찾고 계시다는 이지연 선생님이 보실 때는 앞으로 이런 활동들이 금천구에서 꾸준히 지속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이지연 예전에는 제로웨이스트가 주부들 중심으로 진행되다가 이제 막 젊은 층의 플로깅 활동 등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금천구에서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관련 사업이 많이 없지만 최근에 가산동에 있는 서울시 청년공간인 ‘오랑’에서 제가 아는 분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셨는데 이제 막 태동을 한 시점입니다. 환경 문제는 젊은이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주제고 세계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금천구에서도 이제 막 시작한 시점에서 앞으로의 전개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활성화가 될 것 같긴 합니다.
조재영 선생님은 직장 때문에 금천구에 거주 중이신건데 만약에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왕성하게 하는 것이 그 지역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을까요?
이지연 좀 더 지역에 관한 애착이 생길 것 같습니다. 플로깅 활동을 하면 보통 자기의 거주 공간을 중심으로 시작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제가 출퇴근하는 길만 봐도 쓰레기나 버려진 담배꽁초가 많은데 본인의 거주 공간을 깨끗하게 하면서 운동도 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지역에 더 애착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또 개인이 플로깅하는 것에서 그 가족들로 활동이 점차 확대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경미 이지연 선생님께서 근무하시는 가산디지털단지는 같은 금천이지만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지연 완전히 다릅니다. 출퇴근만 하시는 분도 워낙 많고 위치도 철길을 넘어가야 해서 동떨어진 섬 같은 느낌입니다. 편의시설은 거의 없고 벤처 빌딩만 있어서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에는 사람이 없는 유령 도시가 됩니다.
박현주 직장 터만 금천에 있고 지하철타고 출근했다가 다시 지하철타고 퇴근해버리는 식이니까, 한번은 가산 복지관에서 후원을 받고 싶어서 가산디지털단지에 갔더니 ‘금천구가 우리에게 해주는 게 뭐가 있느냐. 우리는 여기서 잠도 안 잔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인식이 많이 다릅니다.
오현애 금천구가 G밸리 덕분에 지역내총생산비율은 서울시 평균보다 높아요. 근데 배후 시설이 워낙 모자라요. 최근에는 1인 가구를 위한 청년주택 등 여러 가지가 생기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교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구 문제나 기업 유치가 쉽지 않습니다. 교통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10년 전부터 나왔으나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산디지털단지로 가기 위해서는 수출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이게 1960년대에 공단이 만들어지면서 조성된 다리인데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경미 그 사이 산업의 형태도 변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제조업이 많기는 하지만 산업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실 부분이 있을까요?
오현애 ‘한국수출산업단지’에서 2000년에 ‘서울디지털단지’라고 명칭을 변경해요. 이전에는 이 한국수출산업단지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0%를 담당할 정도였는데 공장들이 중국으로 빠지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90년이 지나면서 이름을 바꾸고 첨단지식산업을 주력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역의 명칭도 ‘구로공단역’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가리봉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변경합니다. 제조, 봉제업에서 90년대에 텔레비전, 라디오, 반도체로 바뀌었다가 2000년대에 핸드폰, IoT 업종 중심으로 변화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통난과 편의시설 부재로 기업들이 일정 정도 성장하면 빠져나간다는 것입니다. LG연구소도 빠져나갔죠. 여전히 유지는 되고 있으나 산업체가 성장하면 성남 등 외부로 나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지연 가산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것입니다. 일단 교통도 너무 힘들고 위치가 서울에서 너무 변방이라 시내 나가기 너무 멀고 해서 젊은 층 입장에서는 솔직히 일하기 편한 곳은 아닙니다. 또 오현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들은 가산디지털단지를 다 떠나요. 저희 세대에 IT의 상징적인 지역이라 하면 판교나 광교가 먼저이지 여기는 사실 소소한 중소기업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디지털단지라는 이름 자체도 어색합니다. 특히, 요즘은 기업들이 환경 친화적인 여건을 많이 고려합니다. 직장인들이 여유롭게 산책할 공간도 하나 없으니까 그런 것도 가산디지털단지를 떠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현애 공단 시절의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보니, 여기가 공원이 없어요. 독산1동이나 가산동에 공원이 전혀 없고 안양천까지 나가야 하니까 직장인들이 점심 먹고 커피 마시면서 산책할 배후시설이 없습니다. 또 중소기업이 많다보니 근무조건이 열악하고 디지털쪽 산업들은 야근을 워낙 많이 하니까.
조아영 지상훈 선생님도 현재 거주하고 계시는 관악구에서 금천구로 출퇴근을 하고 계신데 혹시 어려움이나 고충이 있을까요? 다른 분들 말씀을 듣다보니, 금천구가 교통이 불편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상훈 금천구 교통이 워낙 좋지 않아서 저는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산기슭 공원을 하나 지나면 바로 출퇴근이 가능합니다. 전에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버스와 자전거 소요시간이 똑같아요. 버스 노선이 워낙 돌아가는 편이고 정거장에도 계속 멈추니까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지하철은 또 1호선이라, 금천구청역과 독산역은 급행을 타면 안 되니까 거기서 또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나마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어서 편합니다.
조아영 그러면 자전거 도로 같은 것은 잘 되어 있는 편인가요?
지상훈 제가 출퇴근하는 길은 자전거 도로가 없고 그냥 골목길입니다. 저희 동네인 관악구도 그렇고 금천구도 자전거 도로가 거의 없습니다. 한강 북쪽이나 남쪽은 잘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비교적 이 지역은 잘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강 근처는 어느 정도 자전거 도로가 있는데 다른 곳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조재영 요즘은 직장 생활만큼이나 그 이후의 활동도 중요하게 생각을 하는데 20, 30대들에게 있어서 집 소유의 문제 관련하여 한 가지 더 궁금합니다. 이전에는 내 집을 소유한다면 그 지역에 더 오래 살게 되었는데 요즘 젊은 세대는 집을 소유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세대이다 보니 이 관점 자체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집이라는 것을 소유해서 터전이 되는 게 아니라 소유할 수 없어도 다른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 지역에 대한 애정이 소유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이지연 네, 저희 세대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거주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주된 활동을 어디에서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활동 지역과 주거 지역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활동하고 싶은 공간으로 기꺼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퇴근 이후에도 다른 지역으로 원하는 활동을 하러 갈 수 있고 나중에는 거주 공간까지 따라서 이동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조재영 그럼 바꿔 말하면, 내 거주 공간 자체에 대한 애착이 강하지는 않다고 봐도 될까요?
이지연 저는 그런 시절은 다들 유년시절에 이미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 아닌)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에서의 연대감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지상훈 저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관악구에서 어린 시절부터 쭉 살아서 기억이 많습니다. 거주한다는 이유 자체가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기 소유의 집이 있다면 젊은 세대도 확실히 그 지역에 애정이 생길 것 같습니다.
조재영 그럼 그런 생각이 일시적인 것인가요 아니면 나이가 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보세요?
이지연 아마 결혼을 하고 어딘가에 정착을 하면 달라질 것 같지만 지금 20, 30대 동안은 한곳에 정착하는 것보다는 활동 범위를 오히려 넓히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김창범 저 역시 금천구는 그냥 내 일을 위한 투자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살고 있는 SH의 경우에는 저 같은 청년들이 많이 있고 1인 가구가 많다보니 그 안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저희들끼리 카톡 단독방 같은 커뮤니티를 형성시켜 주고, 정기적인 모임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금천구가 너무 낯선 지역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아영 그러면 간단한 질문으로, 2022년 지역의 현재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이승재 공동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지연 흙먼지. 제가 사는 독산역과 가산다지털단지역 사이에 공사장이 너무 많아서 항상 굉음과 흙먼지에 둘러싸인 기분이에요.
심섹슈라 편리함과 안전함. 보건소나 경찰서 등 도움 받을 수 있는 시설이 근처에 있어서 편리하고 안전합니다.
김창범 분주한 출퇴근길. 출퇴근 시간에는 길에 차와 사람이 정말 많은 금천구, 모두들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오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드는 분주한 시간대입니다.
박현주 다도해. 금천에는 소규모 공동체부터 10여년 이상 공력이 다져진 단체들이 많습니다. 지역 곳곳에 분포하여 단체 특성에 따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네트워크 활동을 병행하며 상호교류의 여유가 있었지만 현재에는 필요에 따라 연대하는 정도이고 제각각 활동에 집중하는 추세입니다. 새로운 등장, 세대교체, 성장과 확장 등 다양한 이유로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멀리서 응원하는 정도의 거리로 느껴져 ‘다도해’하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오현애 쌓이다. 금천 이야기도, 마을사람도, 활동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그와 함께 여러 문제나 답답함도 쌓여합니다.
지상훈 거점. 여기를 최종 목적지로 생각하는 분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성공하던 실패하던 생각으로는 다들 더 좋을 곳을 가기 위한 거점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조아영 이번에는 2022년 본인의 현재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이승재 열정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지연 시행착오. 직장과 자취생활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수많은 실수를 겪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시행착오의 해인 것 같아요.
심섹슈라 행복과 자신에 대한 믿음. 아이들하고 같이 건강하게 살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또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창범 주경야독. 공연예술활동을 해왔지만, 생계를 위해 현재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퇴근 후 저녁에는 연습실에서 공연연습을 해가는 청년입니다.
박현주 오작교. 개인적 친분의 외에도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인연 닿은 마을사람들이 많습니다. 시야에 들어오는 지역 정보를 접하고 서로에게 필요가 될 것 같을 때 공유하거나 제안하거나 소개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홀로 점 같은 사람을 한데 모아 공동의 작업을 하게 되면 그 힘이 막강함을 느낍니다.
오현애 서 있는 자리. 말씀 드렸던 것처럼 지역 활동을 하다보면 문제나 답답함이 쌓여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나의 일에 최선을 다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상훈 깜깜. 너무 삶이 불안정하고 확신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조재영 ‹그녀들의 정원›

금천구는 과거 구로공단 시절부터 시작된 제조 산업 인프라와 그 문화가 현재 가산, 구로디지털 단지 IT 산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주요 특징 중 하나이다. 전체 주민 구성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50~70대 여성들은 오래 전부터 이곳에 정착하여 이 역사와 흐름을 온몸으로 경험한 이들이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지역의 문제들을 찾아 변화시키고, 새롭게 가꾸고 키워냈다.

작품 ‹그녀들의 정원›은 여성들이 지역을 일구고 키워내는 행위와 과정들을 ‘사물,’ ‘도시’, ‘정원’, ‘여성’ 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하고, 이를 엮어 표현한 설치 작품이다.


작품

‹그녀들의 정원›, 2022, 목재, 스티로폼, 철사, 조명, 가변설치

작가

조재영은 이화여자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조소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예술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였다. 작가는 인식 과정과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과 관계 맺고 있는 각자의 현실, 집단과 사회의 문제에 관해 질문한다. «APMAP review, 아모레퍼시픽미술관, 2022», «두 비트 사이의 틈, 금천예술공간PS333, 2022», «각 하이트컬렉션, 2022», «Cross Reaction, Krognoshuset, 2021)» 등 다수의 전시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5», «금천예술공장2016», «고양레지던시, 2021)» 등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사적인 연결고리

고민들 vs 고민들

가상의 대화를 상상하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