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아티스트랩 2021

고민들 vs 고민들

목소리 좌담회

일시 2022년 11월 15일(화) 오전 10시 30분 - 12시 30분
장소 만천명월 예술인家(금천문화재단 예술인 커뮤니티 공간) 지하1층 공간
참석자 곽민주(#메이크구로창작소), 유지애(금나래갤러리), 오연서(북서울시립미술관), 윤인향(G밸리산업박물관), 윤주희(범일운수종점 Tiger1), 임승언(금천예술공장), 주시영(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진행 이경미 기획자, 조아영 코디네이터
촬영 유장우 작가
예술공간 운영상 어려움과 고민은 무엇인가?
이경미 본 프로젝트는 서남권 예술생태계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되어 지역 문화예술 기관 종사자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마련된 시간입니다. 지역에 대한 고민을 다들 치열하게 하실 것 같은데, 각 공간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 혹은 향후 방향성에 관한 고민이 있으실까요?
유지애 금나래갤러리가 2008년도에 개관한 이후로 열악한 환경에 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리모델링을 하였습니다.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금나래갤러리의 정체성이 무엇일지에 고민하게 되었는데 특히, 2024년 서서울미술관이 금나래갤러리 뒤편에 개관할 예정입니다. 이후 지역에서 금나래갤러리의 역할이 무엇일지에 관한 고민, 그리고 인지도 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공간을 공공적으로 활성화할 방법에 관한 고민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경미 금나래갤러리의 경우, 공간의 점유율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금천구라는 지역 자체가 접근성이 낮은 문제도 있고요.
임승언 금천예술공장 같은 경우, 2009년에 리모델링을 마치고 현재까지 운영 중인데 불과 5, 6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민들 중심으로 로컬 레지던시(Local residency)라는 포지셔닝을 내부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각예술 레지던시가 국제화될 수 있도록 포지셔닝이 변화하면서 지역성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게 되었고, 레지던시가 가지는 매니지먼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현재 14기 작가들을 모시며 하는 고민은 박물관, 미술관에서는 할 수 없는 필수 프로그램들과 저희가 하고 있는 매니지먼트가 과연 유기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그것들이 저희가 지칭하는 향유 대상자들 좁게는 금천구민에서 넓게는 서울시민들에게 얼마나 전달이 될지 문제에 관하여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민분들은 여전히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바라보시고, 외부에서 오신 분들은 왜 지역 주민들이 오지 않았는지를 물어보시고. 미술계 관계자들만의 행사처럼 보인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저희는 주민들 한분 한분보다는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작가님들과 이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Unpracticed Even Now’라는 모토를 가지고 이전에는 다뤄보지 않았던 물성을 찾는 등 작가님들이 본인의 창작 방식에서 벗어나는 방향을 지원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움을 계속 쌓아나가다 보면 지역과의 연계성도 새롭게 발견될 지점이 있지 않을까, 또는 단순히 결과를 보여주는 식의 전시 공간과는 다른 저희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어떻게 외부에 노출 많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윤주희 저는 2010년에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금천 지역에 오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 2016년에 결혼을 하면서 이 지역 거주민이 되었습니다. ‘컨템포 로컬(contemporary + local)’이라고 할 때,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결혼 이후 금천구라는 로컬에 정착을 하게 된 것입니다. 기관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관객의 입장도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는 사람을 만나러 들어오는 것은 쉽지만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상태에서 관객으로서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힘든 지점이 있어요. 저희는 외부에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관객이 아직은 더 많지만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은 생애 처음으로 예술 공간에 오신 분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이 첫 경험이 긍정적으로 느껴져서 두 번째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현재의 고민입니다. 로컬리티나 지역민에 접근하는 방식은 일괄적으로 하나의 방법을 찾기엔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의 상황과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로컬리티도 섬세하게 세분화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성, 로컬리티는 무엇인가?
이경미 지난주에 워크숍 진행하면서 곽민주 선생님과 지역성이란 무엇일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과연 로컬리티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는 것은 기관에 따라서, 그 기관의 운영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곽민주 현재 운영 중인 #메이크구로창작소는 ‘구로에 작가가 별로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도소매와 제조업이 복합적으로 있는 공간이라서 이 장소를 처음에 선택하였는데, 처음에 자주 들은 질문이 ‘지역작가가 있는가’였습니다. 그런데 지역작가가 거주자에만 해당되느냐에 관한 고민이 따르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지금도 고민 중입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예술은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더 친절하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전시보다 오히려 지역 활동가들의 전시가 관객이 더 많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역성을 더 잘 녹여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주시영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은 지역에서 오래된 제조업체 회사가 세운 것이라 기관의 목적 자체가 지역과 함께 가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처음에 금천예술공간에서 좋은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예술교육이나 워크숍, 퇴근 후의 시간,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것으로부터 파생되는 활동들을 저희가 기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와 같이 시작하여 조금 위축된 면이 있으나 이제 적극적으로 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희 공간에서 처음으로 현대미술을 접하는 분들 많고, 카페가 있어서 점심시간에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첫째로 어떻게 주민과 만날 것인가. 둘째로 현학적인 말로 어렵게 표현하는 대신 주민들에게 어떻게 더 편하고 쉽게 전달할 것인가. 어떻게 설명하고 교육프로그램으로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입니다. 지역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 역시도 거주자만 주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법적으로 금천구 거주자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지역에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법적 거주지보다는 활동지가 저에게 더 지역으로 다가옵니다.
윤인향 저는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화두로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계획이나 정책을 만들 때 사실은 소유자, 지역 주민으로의 거주자 중심으로 진행이 되는데 저는 그것이 아니라 점유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역민을 거주자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어린이 대상, 가족 단위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하는데 그들이 중요한 유저이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했을 때, 이곳을 다양한 이유로 왔다 갔다 하는 20~30대 사람들까지 지역민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건 세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저는 ‘아무것도 없을 때 정착했던 곳’이라는 의미에서 구로구와 금천구의 G밸리에 ‘청춘’이라는 표제를 붙입니다. 이건 이전 세대도, 현재 새롭게 유입된 세대에도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예술공간의 이용자, 대상은 누구인가?
이경미 다들 공간을 운영하고 계시니까 관객이 될 수도 있고 레지던시 같은 경우는 입주작가 등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가는 공간의 정체성 문제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에 오시는 대상들에 대한 생각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오연서 이전에 서서울시립미술관 개관 업무에 참여할 당시, 금천구 주민 설문조사를 해보면 우리 동네 랜드마크가 될 미술관을 원하고 고흐전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었습니다.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노원구 역시 가족 중심의 베드타운이라 개관 때부터 명화전을 보고 싶단 얘기가 많았고, 결국 그런 요구가 쌓이면서 북서울미술관에서 최근에 테이트미술관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니즈의 선봉에 있던 분들은 주민들 외에도 구청장, 시의원들이었습니다. 또 전시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왜 모네가 2점 밖에 없어요?’라고 물어보시는데, 평론가나 교수님들은 ‘아니 요즘 누가 모네를 본다고 모네를?’ 이런 상반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북서울미술관의 경우 주민과 전문가들의 니즈가 양분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저녁에 장을 보고 전시를 보러 온 주민들이 많은데 장바구니 카트를 맡길 곳도 없어서 전시를 못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어떤 장애인 분이 미술관에 오면 거부당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미술관 스텝은 혹시 문제가 생기면 도와드리고자 열심히 쳐다보는 건데 장애인 분은 그 시선이 불편하셨던 겁니다. 이렇게 소통의 문제가 참 쉽지 않습니다.
곽민주 저는 구로가 변화의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람으로 인해 변화된 지역이니까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는 대상을 ‘상인’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이 공간 주변의 상인 분들에서부터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시립미술관 건립 후 예상되는 지역 문화예술 판도 변화나 키워드는?
이경미 서서울미술관이 지역에 건립되면 지역 문화예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오연서 서서울시립미술관 건립작업 초창기에는 금천구에 다문화 인구가 많고, 디지털 환경-뉴미디어에 특화한 전시에 집중하자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이 지역이 중공업 지역과 너무 밀접해서 교육적인 인프라가 약한데 청소년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에도 의견이 모였었고요. 그리고 미술관 위치가 공원이다 보니 공공미술, 커뮤니티아트도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건 초기 단계의 이야기이고 이제 많이 구체화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서울미술관이 지역을 바라보는 키워드가 금천의 다양성, 미디어라면 노원의 북서울미술관은 어린이에 특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시영 지역이 가진 특성 자체를 기반으로 하면 구로공단에서부터 시작된 역사가 있고 거기에서 파생된 노동과 다양성에 대한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에서는 그런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질문들에 관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의도성 없이 작가님들을 모셔도 막상 공간을 보면 지역의 특성과 연관된 작업을 떠올리시더라고요. 서서울미술관으로 다시 논의를 돌아가 보면, 공공기관인지 민간기관인지에 따라 또 고민의 지점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서서울미술관이 건립된다고 해서 얼마나 인프라가 조성되고 윈윈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서서울시립미술관이 여기서 기존에 있던 기관, 사람들과는 어떻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예술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을 계속하는 중입니다. 소통 지점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역 예술공간마다 역할은 무엇일까?
윤인향 저는 지역의 문화재단과 서울문화재단의 역할은 구분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좀 더 아티스트를 위한 작업을 해야 하고, 지역 문화재단은 지역을 미션으로 가져가야 하는 것이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유지애 저도 동의합니다. 저희 공간이 설립된 취지 자체가 지역 주민과 가까이에서 만나기 위함이었습니다. 금나래갤러리는 주민들이 가장 먼저 가장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이 되도록 먼저 만들고, 주민들이 이 경험을 통하여 그 다음 예술 경험의 공간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임승언 금천예술공장도 지역문화재단이 가지는 지역성의 문제와 크게 연관된다고 생각합니다. 금천예술공장이라는 네임 자체는 금천문화재단 설립 이전에 만들어진 타이틀입니다. 지역 주민들과 가까이에서 예술로 소통하라는 의미였는데 금천문화재단이 점차 볼륨이 커지고 지역과 더 가까워지면서 저희는 이제 금천구민뿐 아니라 서울시민으로 확장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하여 국제적인 키워드가 무엇일지 논의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광역인지, 기초인지 각자의 역할을 구분하기보단 조금 더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잡으면서 서로 다른 가치를 투영하면 어떨까 합니다. 이미 레지던시라 하면 이름에서부터 미술관과는 하는 일이 다른데 기관들이 논의할 수 있는 지역성이라는 것 역시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매우 다양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곽민주 저는 우리와 같은 문화예술 공간이 이 지역을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갈거리, 볼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이나 G밸리산업박물관 등 각 공간이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승언 이미 갖춰진 기관보다는 신생 기관들이 앞으로 나갈 방향을 금천구 안에서 녹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것이 새로운 시도의 유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일차원적인 공간의 공유보다는 각자의 자원이 무엇이며 기존의 자원을 기성화되지 않은 방법으로 어떻게 살펴볼 수 있을지, 같은 문법이나 유사 방식을 최대한 탈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경미 저도 금천아티스트랩 하면서 지역이라는 한정을 두지 않으려 했습니다. 작년에는 <먹기>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금천구의 노동이나 산업 이슈도 중요한 지점이지만 생활권으로 근무하는 젊은 분들을 보면서 올드하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를 찾고자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이슈들, 대화거리, 논의거리가 지역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쌓이면서 뭔가 중요한 지점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장우 ‹무제›

지역의 예술 생태계에 대해 토론하는 기획자들의 모임에서 작가는 언어 밖의 현상에 주목한다. 서로의 생각을 발화하는 순간의 몸짓은 또 다른 소통의 도구이다. 특유의 제스처와 습관, 옷매무새와 앉는 자세까지 생각들은 언어와 신체를 통해 타인과 교류한다.

작가는 전시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전시를 구성하는 몸짓이자 전시 이면에 존재하는 과정을 포착한다. 그리고 사회적 정체성 너머 개인들이 조우하는 순간들을 그려낸다.

작품
작가

유장우는 사회적 사건 혹은 사회와 개인 사이의 충돌이나 긴장 등을 탐구하고 이에 대한 일상적 관념을 헤집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변이, 재 맥락화, 비판적 은유의 방식을 활용하여 개인의 신체나 사회화된 몸짓의 유래, 현대사회의 시스템화 전략의 이면을 드러내고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개인전 «너의 실패는 나의 미래»(2022), «구분할 수 있는, 분간할 수 없는»(2020), «소진되는 몸짓»(2019) 과 단체전 «주의 깊게 보지 마시오»(2019), «Debütanten»(2019), «Nothing is everything just has been or will be»(2021) 등 한국과 독일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적인 연결고리

가상의 대화를 상상하는 지금

예술을 만드는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