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아티스트랩 2021

가상의 대화를 상상하는 지금

강은경 ‹낯선 두 사람의 차 마시는 거리›

ⓒYolanta C. Siu ⓒYolanta C. Siu

낯선 두 사람을 무작위로 짝을 지어 차를 마셔보기로 한다. 지금 갓 만난 두 사람은 먼저 각자의 취향과 의도를 담은 차 재료들을 선택해 티백을 만들고 에드워드 홀(Edward Hall)의 근접함에 따라 공적인 거리(Public space) 3.6미터의 끈의 끝을 잡고 서로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거리만큼 가까이 당긴 후, 그 거리만큼 떨어져 앉아 티백을 연결한 채로 차를 마셔본다.

차를 마시는 시간동안 두 사람은 차를 통해 연결됨을 경험을 한다. 경험은 사라지지만 각자의 존재는 두 개의 티백으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티백에 남은 찻물의 흔적과 티 노트로, 대화의 시간 자체는 서로의 거리감과 친밀감에 대한 물리적 반응의 증거로서 연결된 티백이라는 흔적을 남긴다. 찻자리의 흔적들을 통해 물리적 신체적 감각적으로 교감하는 일 자체에 대하여, 혹은 차 마시기를 위해 그 자리에 나타나는 것, 만나는 것 자체, 계속해서 함께 만나 차를 마시는 일, 그 자체의 중요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작품

‹낯선 두 사람의 차 마시는 거리 : 금천, 찻자리› 2022, 찻자리, 가변크기

‹낯선 두 사람의 차 마시는 거리 : 금천, 티 노트› 2022, 티 노트 14장, 각 420x297mm

‹낯선 두 사람의 차 마시는 거리 : 금천› 2022, 프로젝트 기록 슬라이드 영상

작가

스몰바치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식경험 디자이너다. 음식을 매개로 발생하는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현상들에 관심을 두는 경험 디자인 프로젝트를 협업과 리서치를 기반으로 전개하고 있다. «1제곱미터의 우주»(2022,실험실C), «돌고 돌고 돌고»(2021-22, 팩토리2), 등 다수의 단체전과 «T for 2»(2021, 우란문화재단) 등의 프로젝트에서 연구 및 기획으로 참여하였다.

(가상의) 1:1 대화

어떠한 정보도 없이 처음 마주하는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는 없다. 그러나 오늘날 지역에 관한 그들의 생각을 기반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대화가 생성되었을지 유추해본다.

첫 번째 세션
A 저는 지역에 대해 생각할 때 ‘환대’와 ‘참여’가 떠오릅니다. 변화, 새로움이 가능한 지역도 있지만 노원은 새로움보다는 환대를 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애티튜드가 드러나는 전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턱이 높지 않고 친절하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요.
B 미술관의 공공성을 위해 고민하시는 지점이 이해됩니다. 저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금천 지역하면 ‘공동체’가 떠오릅니다. 금천구에서는 타 지역에 비하여 여러 자치단체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이 하나의 공동체와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두 번째 세션
C 저는 지역의 현재를 떠올리면 ‘흙먼지’가 먼저 생각납니다. 제가 사는 독산역과 가산다지털단지역 사이에 공사장이 너무 많아서 항상 굉음과 흙먼지에 둘러싸인 기분이에요.
D 마침 저도 근무지가 독산역에 있어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저는 금천구하면 ‘1호선’이 연상됩니다. 독산역도 재미있고 1호선 타고 보는 풍경들, 금천구청역도 바로 옆이 경기도고 특색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 세션
E 저는 지역에서 현재 중요한 키워드로 ‘유지’를 꼽고 싶어요. 여러 공간들이 이 지역을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갈거리, 볼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예술의 시간이나 G밸리산업박물관 등 각 공간이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F 네, 기존의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면서 결국 계속해서 쌓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쌓이다’를 키워드로 말씀드립니다. 금천 이야기도, 마을사람도, 활동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그와 함께 여러 문제나 답답함도 쌓여갑니다.
네 번째 세션
G 저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의 장점이 ‘편리함’과 ‘안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건소나 경찰서 등 도움 받을 수 있는 시설이 근처에 있어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편리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H 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의 현재를 ‘경계 없음’으로 나타내고 싶어요. 결국 본이 어느 스탠스에 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지역이라는 단어는 환경 다음으로 오염된 말이 아닌가, 지역을 규정화하는 것보단 이런 지역도 있고 저런 지역도 있다는 확장성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 번째 세션
I 저는 ‘변화’라는 단어로 지역의 현재를 나타내고 싶습니다. 저희 재단에 예술진흥팀이라는 팀이 작년에 생겼습니다. 기존에 다양한 사업을 하다가 하나에 포커싱을 맞추는 것으로 업무가 변화하면서 저 개인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변화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J 네, 변화가 다양하게 진행되는 만큼 기회를 찾아오는 청년들도 많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지역의 현재를 ‘거점’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여기를 최종 목적지로 생각하는 분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성공하던 실패하던 상관없이 마음속으로는 다들 더 좋을 곳을 가기 위한 거점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여섯 번째 세션
K 저는 지역의 현재를 ‘다도해’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금천에는 소규모 공동체부터 10여년 이상 공력이 다져진 단체들이 많습니다. 지역 곳곳에 분포하여 단체 특성에 따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네트워크 활동을 병행하며 상호교류의 여유가 있었지만 현재에는 필요에 따라 연대하는 정도이고 제각각 활동에 집중하는 추세입니다. 새로운 등장, 세대교체, 성장과 확장 등 다양한 이유로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멀리서 응원하는 정도의 거리로 느껴져 ‘다도해’하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L 새로운 등장과 세대교체라는 부분에서 저는 ‘이주’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느슨한 형태의 이주입니다. 과거 이주민으로 지역에 들어온 분들은 이제 다른 공간에 거주할 수도 있고, 새로운 20~30대도 계속 이주를 합니다. 그런데 이전의 견고한 이주의 형태가 지금은 느슨해진 부분에 대하여 생각해봤습니다.
일곱 번째 세션
M 금천구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낯선 부분들이 있는 저는 ‘분주한 출퇴근길’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길에 차와 사람이 정말 많은 금천구죠. 모두들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오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드는 분주한 시간대입니다.
O 네, G밸리에서 근무하는 저도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저는 지역의 현재를 ‘분기점’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포스트코비드 이후에 데모그라피적, 인구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는 지금이 언어화되지 않은 기점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기록하고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적인 연결고리

고민들 vs 고민들

예술을 만드는 움직임